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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에 인생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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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에 인생을 걸고

지적장애 3급 조성태 씨의 삶-③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2-27 14:25:57

  그럴 즈음 어떤 사람이 찾아 왔다. 자기는 영도파크골프클럽 회장인데 파크골프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에게 파크골프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 때는 회장이 다른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파크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영도파크골프클럽은 이태영 회장이다. 파크골프를 시작하는데 큰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파크골프채, 공 등을 구비하려면 50만 원 정도의 비용은 소요된다.

“저는 그렇게 돈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파크골프채는 복지관 거지만 제가 언제든지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이복남에이블포토로 보기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이복남
아침에 복지관에서 가서 컴퓨터 등 다른 프로그램을 하고,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복지관 근처 인조잔디에서 파크골프 연습을 했다. 그리고 파크골프는 복지관 프로그램이므로 매주 화요일 오후에는 복지관 차로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으로 가서 연습을 했다. 그리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두리발(부산콜택시)이나 승용차가 있는 사람들의 차를 얻어 타고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으로 가서 연습을 했다.

장애인체육은 스포츠등급을 받아야 된다. 파크골프 스포츠등급은 PGW(Park Golf Wheelchairs), PGST1(Park Golf Standing one), PGST2(Park Golf Standing two), PGST3(Park Golf Standing three), PGI(Park Golf Intellectual Disability)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는 지적장애인이라 PGI을 받았다.

파크골프 연습은 복지관에서도 하고 삼락공원에서도 했다. 그런데 파크골프는 전국대회가 많았다. 전국대회는 전국체전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충청 등은 따로 대회를 했다. 그리고 부산을 비롯한 남쪽지방은 제·호·영 대회라고 해서 제주 호남 영남 등을 아우르는 대회를 했다.

그리고 제·호·영 대회가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대회가 일 년에도 몇 번씩 열린다. 부산이 아닌 곳에서 대회를 할 때면 보통 참가비가 2~3만원이고, 대구나 울산 등은 당일치기도 있지만 2~3일 걸린다면 숙박비가 10여만 원이고 제주도로 간다면 그 두 배는 된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전국체전에서 은메달을 두 번 받았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하라고 하셨고 여비도 주셨는데 대회가 많다보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그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파크골프를 그만 두었다. 어머니도 수선집을 오래 하다 보니 허리가 아파서 더 이상은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어머니는 자주 정형외과를 다녀야 했던 것이다.

제38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이복남에이블포토로 보기 제38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이복남
어머니는 옷수선을 그만두고 00영업사원을 하셨는데 어머니가 주문을 맡아 오면 성태 씨가 배달을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파크골프를 하다가 그만 두어서인지 자꾸만 살도 찌고 매사에 의욕도 없었다.

“어머니도 제가 보기에 딱했는지 파크골프를 다시 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는 2017년 봄부터 다시 파크골프를 시작했지만 이미 전국체전은 선수선발전도 끝난 뒤였다. 해마다 전국체전은 1~2월에 스포츠 등급을 새로 받고 몇 차례의 선발전을 치른 후에 전국체전 출전 선수를 선발한다.

그리고 2018년 전국체전 출전 선수로 선발 되었다. 여름동안 열심히 연습을 했다. 2018년 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익산공설운동장을 메인으로 한 전라북도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파크골프는 진안에서 개최된다고 했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2018 대한장애인골프협회장배 전국장애인파크골프대회’가 9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전북 진안구장에서 개최되었다.

“저도 참석을 했는데 PGI 부분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20일 경 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위해서 부산의 장애인골프협회 김정포 회장과 송정애 전무 그리고 선수 등 15명이 진안으로 떠났다.

진안은 이미 가을이 내려와 있어 파크골프장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진안 파크골프장 지리도 익힐 겸 일찍 간 것인데 생각만큼 연습이 잘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어머니에게는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이번 경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파크골프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르므로 연습이 잘되지 않는 만큼 걱정이 앞섰다.

숙소는 파크골프장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펜션 방 두 개를 얻었다. 아침 7시면 일어나서 아침밥은 각자 숙소에서 해결하고 김정포 협회장 등 승용차를 가져 간 사람들과 함께 진안구장으로 나가서 연습을 하고 점심은 김정포 회장이 근처 식당에서 밥을 시켜 주었다. 그리고 연습을 마치고 다함께 숙소로 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25일부터 전국체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번 체전에서 PGI는 선수부가 아니라 동호인부라서 마지막에 경기가 있다고 했다. 전국체전이 시작되자 연습도 할 수가 없으므로 공도 한 번 못 쳐 보고 초초하게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날씨는 또 왜 그리도 변덕이 심한지 비 오고 바람 불고 그러다가 햇빛이 나기도 했다. 선수가 아닌 사람들은 펜스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으므로 녹색의 펜스 주변을 빙빙 돌면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대회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인데 동호인부의 PGI경기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모두 끝난 28일에야 시작되었다. PGI 경기는 조력자가 함께 따라 갈 수가 있었는데 그는 B코스부터 시작했고 B코스에는 송정애 전무가 조력자로 나섰고, A코스에서는 김정포 회장이 조력자를 했다.

그동안 연습을 하노라고 했지만 공이 뜻대로 가지 않고 OB가 나기도 해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날씨도 좋지 않았다. 같이 가는 조력자가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했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될 일인가.

제38회 전국체전 부산선수단. ⓒ이복남에이블포토로 보기 제38회 전국체전 부산선수단. ⓒ이복남
김정포 회장과 송정애 전무는 여름 내내 연습할 때마다 그렇게 치지 마라 이렇게 치라는 등 잔소리가 심했다. 그러나 잘하라고 하는 말인 줄은 알기에 꾹 참았다. 그런데 경기 중에는 조력자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조력자(助力者, helper)란 그야말로 조력을 하는 사람 즉 도와주는 사람인데 체전에서 조력자란 자원봉사자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선수 한 사람에게 조력자 한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데 척수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 주거나,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은 공을 칠 때 옆에서 목발 한쪽을 들어 줄 수도 있고, PGI 선수의 조력자는 2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따라가면서 마크를 놓아 달라거나 최종 타수만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조력자는 선수 옆에 바짝 붙어서 공을 어떻게 치라는 등 어드바이스를 하기도 해서 심판위원장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조력자가 경기 중에는 어드바이스를 해서는 안 되고, 선수에게 필요한 조력자는 각 시도 협회에서 준비해야 한다.

필자가 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파크골프 심판으로 참여했으므로 심판위원 교육시간에 조력자에 관한 것도 교육 받았었다.

비 오고 바람 불고 궂은 날씨 속에서도 경기는 끝났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제 파크골프는 끝이구나 싶었습니다.”

파크골프를 하는 데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어머니가 반대를 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그동안에 파크골프에 들었던 돈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PGI 경기가 모두 끝나고 합산한 점수에서 그가 1등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정말로 이루어진 것이다.

“약간 기대는 했으나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PGI 파크골프에서 금메달 부산 조성태 138타, 은메달 충남 오광진 141타, 동메달 부산 강신기 145타.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저 금메달 땄어요.”

어머니는 잘했다고 했다. 그는 항상 어머니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예전에는 알바를 했지만 최근에는 알바도 못하고 돈을 쓰기만 했던 것이다.

“엄마, 상금을 타면 이번에 쓴 돈은 좀 갚을 수 있을 거예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각시도 체육회에서 상금을 주는데 부산의 경우 금메달은 50만원이란다.

“어떤 지역은 100만원을 준다던데, 다른 사람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지역으로 가래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었는데, 부산 장애인체육회에서도 상금을 좀 올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그 지역으로 가라니 좀 섭섭하다고 했다.

29일 마지막 날 오전 경기를 끝내고 오후에 시상식이 있었다. 부산 선수들은 다함께 부산으로 내려와서 김정포 회장이 저녁을 샀다. 이번 대회에서 부산은 PGST2 남자 정치한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 PGI 남자 조성태 선수가 금메달, 강신기 선수가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남자 동호인부에서 이상조·전영익 선수가 은메달을 받았다. 모두가 기분 좋은 밤이었다.

후쿠오카 교류전. ⓒ김정포에이블포토로 보기 후쿠오카 교류전. ⓒ김정포
부산장애인체육회에서는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우승한 선수 등 관계자들과 일종의 포상 휴가로 2박 3일 동안 일본 후쿠오카 파크골프 단체와 교류전을 갖는다고 했다. 금메달을 따니 이런 행운도 주어지는구나, 난생 처음의 외국여행이라 가슴이 설레었다.

일본에서는 날씨가 궂어서 파크골프를 못하고 박물관 구경도 하고, 특수학교에서 이상하게(?) 치는 탁구도 경험했다.

“그 학교에서는 일반적인 탁구가 아니라 한 팀이 6명씩 의자에 않아서 네트 밑으로 공을 보내는 탁구였는데 우리 팀에는 처음 해보는 탁구인데도 이겼습니다.”

나중에 필자가 알아보니까 일본에서의 탁구는 장애인 발리탁구라고 했다. 그런데 네트 밑으로 공을 굴리는 것은 소리 나는 탁구공으로 하는 시각장애인 탁구로 알고 있는데…….

다음날은 파크골프장엘 갔었는데 잔디나 홀 등이 부산 보다는 잘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김정포 회장은 일본 사람들에게 구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여러 가지로 물어 보는 것 같았다.

“내년에도 금메달을 따서 다시 한 번 일본을 가보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이모는 취직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아직은 취직을 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어머니도 그렇다면 제가 하고 싶은 파크골프를 계속하라고 하는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도 있다. 즐거운 순간이 반복되면 행복할 수도 있고, 자신이 정한 목표가 달성될 때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머니는 아들이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느냐고 쓸쓸해했다.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직장과 결혼은 조성태 씨 본인의 소망이기도 하므로 그 소망 꼭 이룰 수 있기를…….<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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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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